남편과 고민을 많이 했던 공간은 서재였어요.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입체적인 공존’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드레스룸까지 함께
배치해야 했고요. 작업실과 옷 방이라는, 어찌 보면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어려운 기능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해야 했죠. 쉽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작기 때문에 더 영리한 공간이 완성됐어요.
서로의 작업 공간이 공존하면서도 분리될 수 있도록 책상을 ㄱ자 형태로
배치했고, 색상은 블랙을 선택했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책상의 존재감을
낮추고 싶었거든요. 동시에 제가 사랑하는 빨간색을 더 돋보이게 하고
싶기도 했고요. 저는 빨간색에 둘러싸여 있을 때 유난히 손이 잘 풀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조명도 빨강, 의자도 빨강이죠. 이 레드 레이 체어는
무려 3개월을 고민한 끝에 들인, 저의 소중한 작업 메이트입니다.
집에 있는 의자들은 모두 구매한 시기가 달라요.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의자를 하나씩 만나며 모으는 중이죠. 앞으로 살아가며 또 어떤 의자와
인연이 닿을지,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을 하는 동안 고민도 많았지만, 그보다 행복한 시간이 훨씬
많았던 것 같아요. 가구와 소품으로 집을 꾸미는 일과, 집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일은 분명 다른 영역입니다. 전문가의 섬세한 감각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일은 충분히 가치 있어요.
거실의 유리 블록 역시 대표님의 아이디어였는데, 예상치 못했던
물성이 퍼즐처럼 공간에 정확히 들어맞았습니다. 거실 창으로
스며드는 볕을 즐기면서도 프라이버시는 지킬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만족스러워요.
처음에는 로망이 실현된 외관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살아갈수록
그 진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났어요. 단열과 방음,
동선과 환기처럼 삶의 질과 맞닿아 있는 기본 요소들의 완성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온몸으로 느낀 1년이었죠. 오늘 이렇게 집을
촬영하며 새로운 각도로 공간을 바라보니, 늘 익숙하던 집이
또 다른 얼굴로 다가오네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어도 되는
공간이기에 편안하고 익숙한 것이 당연하지만, 애정을 담아
재미있게 완성한 집인 만큼 가끔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도 이 집으로부터 조용한 응원을 듬뿍 받은 기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