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님의 집 (부부, 초등학생 남매)

경기 수원시 42평

나리님의 집 (부부, 초등학생 남매)

경기 수원시 42평

집에 관한 니즈가 각기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을 한 데 모으는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집에서 작업하는 공예가 엄마,
퇴근 후 휴식 시간이 중요한 아빠,
세상 가장 재밌는 놀이터를 원하는 초등학생 자녀들
그리고 거실에서 수업을 받으시는 수강생분들까지
고려해야 했습니다.

편안하고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물론
기능적으로도 많은 조건을 부합해야 했습니다.

외출이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어요.
이토록 집을 사랑하게 될 줄이야.
살면서 취향이 짙어지는 건 참 즐겁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웠던 고민이 한결
가벼워지고 선택에도 확신이 생기니까요.

손명희 실장의 취향을 오래도록 흠모해 오다
친구가 먼저 라이크라이크 홈에서 주방 공사를
했는데, 직접 보니 디테일이 남다르더라고요.
‘그래, 여기다! 결정하자.’ 그녀에게 기대어
험난한 공사 과정도 즐겨 보고 싶었죠. 


요즘 국내에서 유행하는 전형적인 인테리어는
피하고 싶고, 튀지는 않지만 은근히 개성도 있는
두루뭉술할 수 있는 수식어로만 상상 속 그림을
이야기했는데 통번역사처럼 척척 이해하시고
그려 나가시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던 가구와 소품들을 관찰하시고
인사이트를 발견하셨던 것 같아요.

캠핑 마니아인 저희의 라이프를 반영하여
작은 방 일부를 팬트리로 만들어 주신 점,
보기 싫은 짐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붙박이장을 유용하게 제작해 주신 점은
두고두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에요.
저절로 미니멀리스트가 된 느낌이랄까요? 

집에서 공예 수업을 진행하기에 수강생분들도
마음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는데,
거실이 동네의 사랑방처럼 아늑하고 편안합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사계절의 풍경을 벗 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요.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는 좁아서
통로 이상의 기능을 발휘하기 힘든 공간이라
벽에 책장을 달아 책을 올려 두고 있는데
정말 만족스러워요. 책의 표지들에서 가족들의
취향과 관심사가 보이고, 작은 전시가 열린 듯
아담하고 정겹죠. 책은 복도뿐 아니라 거실,
침실, 심지어 욕실에도 놓여 있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길 바라거든요. 


요즘 읽고 있는 무루 작가님의 책 제목처럼
지금 집에서는 제 소망이 이루어질 것만 같아요.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From 김나리, 경기도 수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