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아틀리에에 이어 두번째로 연 오프라인 쇼룸. 아카이브 앱크는 제품의 디스플레이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상업 공간의 틀을 깨고, 브랜드의
페르소나인 디자이너의 취향이 담긴 집으로
헤리티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고객이 오프라인 쇼룸에서 기대하는 것은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느껴지는 ‘공간’ 그리고 ‘경험’으로 이어지는 연결성이죠. 아카이브 앱크 성수 아틀리에가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구현해낸 공간이었다면, 아카이브 앱크 홈은 디자이너가 실제로 살고 있는 듯한 집을 구축하고 그 안에 이야기를 담고자 했어요.
4년 6개월 전, 전세로 계약한 이 아파트에
들어오면서 주방만큼은 꼭 고치고 싶었습니다.
30년 된 구축 아파트라 기존 주방을 그대로 쓰기엔
무리가 있었고 평수 대비 작게 빠진 주방은
공간 효율성이 떨어져 보였어요.
주방 레이아웃을 변경해서라도 요리 하고싶은 주방,
공간을 재미있게 쓰고 싶어서 막혀있던
가벽을 철거하는 것부터, 디자인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새 느낌이 나지 않는 주방 수납장은 없을까?
빈티지 가구처럼 이야기가 있어 보이는.’
빈티지 가구에 깃든 디자이너의 철학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걸 좋아합니다.
매일 아침 마주하는 키친, 손 떼 묻은 가구, 마음이 편안해지는 식물들이 있는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공간요. 이를 실현하려면 우리와 결이 잘 맞는 공간 디렉터를 만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작이 반’이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정말 신기했던 건 팀원들이 모두 손명희 실장을 컨택하자는거예요. 그녀만이 가진 고유한 스타일과 감각으로 가꿔진 집들에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보이고 진정성이 느껴졌거든요.
아카이브 앱크가 지향하는 집의 가치와 일치했죠.
우리는 시안을 수 백장 주고받지 않고도 서로가 원하는 무드를 이해했고, 공간의 첫인상이 되는 원목 문부터 시작해서 바닥재의 질감과 텍스처, 집기로 사용할 빈티지 가구들까지 작은 것 하나하나 무수한 옵션들을 즐기면서 선택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순백의 2층 주택은 1920년대부터 90년대 까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답고 세련된 빈티지 피스들로 채워지며 신비감을 자아내는 공간으로 완성될 수 있었죠.
공사를 하긴 해야 하는데, 기성 주방가구로 만들기엔
너무 새 느낌이 많이 나는 결과물이 나올 게 분명했거든요.
다른 공간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했죠.
그래서 해외 시공 사례와 빈티지 가구를 만든 디자이너의
집 사진들을 찾아보며 집안 가구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편안하게 머물수 있는 주방 아이디어를 많이 모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1층 공간의 백미는 카운터 뒤로 단정하게 자리한 키친이에요. 보통은 이 자리에 재고를 적재하는 용도로 미니 창고를 설치하거든요.
저희는 매일 아침 고소한 커피 향이 날 것 같은 키친을 두었고 고객들로 하여금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설계한 거죠. 직원들만 사용하는 화장실도 영국에서 수입한 변기와 도기로 채웠어요. 스위치, 문손잡이도 빈티지로 고집했죠. 고객 동선에 있지 않는 스팟이더라도 전체 공간의 무드가 흐트러 지지 않게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깔끔하게 숨기는 모던의 맛, ‘히든’ 코드가 대세였지만
저는 아날로그 감성을 원했어요. 전체적인 컨셉은
우드 앤 화이트로 잡고 상부장은 미닫이, 하부장은
여닫이로 문의 형태를 다르게, 유럽에서 직구한
손잡이를 달았습니다. 경첩도 숨기지 않고 노출형으로
드러냈고 스위치와 콘센트도 손 맛이 느껴지는
빈티지 스타일의 독일 제품을 공수해 달았어요.
손명희 실장과 함께 발품팔며 어렵게 만났던 르 코르뷔지에 LC3 소파, 텍타 다이닝 테이블 그리고 독일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주신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 조명, 빈티지 거울이 공간에 단단한 힘을 실어준다면, 그녀가 세심하게
디렉팅한 이런 작은 디테일은 무언의 대화를 건네준다고 생각해요.
아카이브 앱크의 감성을 담아 채집하고 편집한 취향의 집. 그 속에서 아카이브 앱크 홈의 스타일이 더 아름답고 명징해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