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님의 공간 (다과점)

서울 강서구 16평

지연님의 공간 (다과점)

서울 강서구 16평

“디저트 먹으러 프랑스에 잠시 다녀올게요!”
작은 다과점을 열어 보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는 이런 상상을 종종 했어요. 생각만
해도 즐거워지잖아요. 디저트에는 환상과 꿈,
판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연구원이었어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제과를 시작했는데 만들면 만들수록
빠져드는 거예요. 손으로 직접 빚어 완성하는
성취감,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며 커지는 행복.
디저트를 보면 어른들도 아이처럼 해사한
미소를 지어요. 제가 파티시에로 직업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누구나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소망하며 가게 이름은 불어로 ‘너의 꿈’을
뜻하는 떼헤브(Tes Rêves)로
지었습니다. 공간은 파리 유학 시절
수업이 끝나고 참새 방앗간처럼
드나들었던 골목골목의 작은
파티스리를 떠올리며 구상했어요.
한 끗 다른 프렌치, 라이크라이크홈과
이 여정을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죠. 벌써 4년 전이네요.

파사드가 모습을 드러냈던 날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제가 상상했던
떼헤브의 첫인상보다 훨씬 더 근사한
모습이었거든요. 기존의 파사드는 두 가지
이슈가 있었어요. 레이아웃이 비대칭형이라
구상했던 클래식한 느낌을 구현해내기
어렵다는 것과 커다란 덕트 커버(환기구)가
파사드 정면으로 노출되어야 하는 점이 있었죠.
하지만 라이크라이크홈은 이 난관들을
거뜬히 해결해 주었어요. 예전의 모습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요.
매장은 자연스럽게 나이 든 모습이길 바랐어요.
갓 오픈한 매장의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 또한 라이크라이크홈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빈티지한 무드를 잘 연출해주었어요.
제가 딱 원하는 느낌으로요. 

내부 빈티지벽은 대표님이 직접 시공팀들과
붙어서 작업에 참여해주셨는데 수고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작업에 임하시던 그 순간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매장에
방문하신 손님들로부터 공간이 예쁘다는 칭찬을
참 많이 들었어요. 감사한 일이죠.

4년간 운영해 보니 아쉬운 부분들이
조금씩 발견되었어요. 한 공간에서
디저트를 판매하고 클래스도 하고
촬영도 하다 보니 디저트 진열대를
크게 놓지 못했거든요. 이제는 판매에
더 집중해보고 싶었어요. 부분적으로

손보고 싶었던 곳들도 있고 리뉴얼
공사하며 새로운 환기도 느껴보고자
라이크라이크홈에 다시 문을 두드렸어요.
4년 전 떼헤브를 가장 떼헤브답게
만들어 준 곳이고 누구보다 떼헤브를 잘
이해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리뉴얼
프로젝트도 마음에 쏙 들게 나왔어요.

디저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간과
손님분들이 천천히 즐기다 가실 수
있는 이곳, 사색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제 꿈을 이룬 이곳에서
까눌레, 키슈, 생토노레를 구우며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참 달콤하고 좋아요.
클래식한 구움 과자 드시고 싶을 때
마곡의 작은 파리로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