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오, 혜정님의 집 (부부, 쌍둥이 자매)

서울 종로구 47평

재오, 혜정님의 집 (부부, 쌍둥이 자매)

서울 종로구 47평

부암동에 터를 잡고 4층 주택을 리모델링하기까지.
남편과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쌍둥이 딸들
덕분이었어요. 외국에서 신혼 생활을 하던 중 아이들을
출산했고, 귀국을 준비하며 북촌과 서촌 중심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이 동네만의 특별한 바이브가
좋았고 꼬맹이들에게도 서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간절히 기다리던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서촌 어린이집이에요. 쌍둥이
입소 가능해요.” 이 한 통화로 주저 없이 서촌에 자리
잡게 되었죠. (웃음) 그렇게 시작된 서촌 라이프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꼭 이 동네에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보리라 희망을
품고 지냈고요. 지금은 운 좋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네요.

서론이 조금 길었나요? (웃음)
라이크라이크홈과 첫 미팅을 가졌을 때도
어떤 특별한 요청을 하기보다는 저희
가족 이야기를 나누는 데 집중했어요.
우리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이 집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 지
떠올리며 행복한 상상을 나눴죠.
이 집은 2021년에 지어진 주택이라
비교적 깨끗하고 상태도 좋았어요.
하지만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행복을 모르고 살았겠죠? 아찔합니다.

따로 또 같이. 큰 틀을 짜는 구조 안에서는
저도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아이들이 잘 때나
공부할 때는 각자의 공간을 필요로 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늘 붙어서 지낼 정도로 돈독하거든요.
그래서 벽 대신 슬라이드 도어를 설치해 분리와
개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어요.
결과는 대만족이었죠! 아이들은 각자의 공간을
갖게 된 것에 신나 하면서도, 슬라이드 도어를
열어놓고 놀더라고요. 친구들이 놀러 올 때도
도어를 열면 방이 훨씬 넓어져 모두가 좋아합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저는 그림 같은 부암동 뷰가
보이는 서재를, 남편은 인왕산이 내다보이는
다락방을 갖게 되어 더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요.
가족 모두가 각자의 취향과 필요를 충족시켜
살 수 있는 집이 된 것 같아 정말 뿌듯합니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잘 고쳐보려고
노력했던 공간은 현관과 화장실이었어요.
타일 미팅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제일 기억에 남네요.
현관은 밝고 경쾌한 인상을 주고 싶어서 초록빛
빈티지 타일로 설치했어요. 1층 아이들 욕실은
따뜻하면서도 밝은 느낌의 올리브 타일을,
3층 부부 욕실은 깊은 바다를 닮은 짙은 블루 계열
타일로 마감했고요. 화장실이 세 개라 세 번의
실험을 해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아, 그리고 저처럼 맥시멀리스트이신 분들은
수납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하실 텐데요.
저는 집 안의 웬만한 틈새 공간은 모두 수납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특별 요청드렸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짐은 다 숨어 있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요긴하게 잘 쓰고 있는 건 매트리스 하부의
평상형 수납칸이에요. 누웠을 때 창밖으로
북한산이 보이도록 높이를 계산해 평상을 짰는데,
침구류처럼 부피가 큰 패브릭을 넣을 수 있는
수납함도 함께 넣었어요. 주말 아침 침구
교체할 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늘 해요.
매일 소소한 아름다움과 일상의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집이에요. 그래서 참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