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주는 실험의 기쁨
이 집은 2층에 현관이 있어요. 주택 단지 전체가 경사진 지형 위에 지어졌기 때문이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용 공간인 거실과 주방, 팬트리, 건식 욕실이 이어지고, 계단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침실과 서재, 아이방, 드레스룸, 세탁실, 욕실이 자리합니다. 이 독특한 구조도 첫눈에 반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어요. 공간이 가진 고유한 흐름을 보존하고 싶어서 바닥재, 문틀, 높은 걸레받이, 주물 계단 난간은 그대로 두고, 주방 가구와 붙박이장, 조명, 가전 등에 집중해 새로운 이야기를 더했습니다.
인테리어는 늘 실험의 연속이지만, 고객의 공간에서 저만의 실험 정신을 풀어놓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오롯이 제 취향을 반영한 테스트의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소재와 마감재를 마음껏 써보자는 의도였죠. 고재 느낌이 나는 건식 무늬목, 가죽 텍스쳐를 가진 레더마감 천연 대리석 상판, 유리 전면 도어의 가구들. 비용적으로 부담이 컸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들이 되었어요.